볼빨간사춘기(BOL4) Mini Album 'Seoul'
작은 스케치북에 그려놓은 서울. 색을 칠하고 예쁘게 다듬은 다음 오른쪽 한구석에 날짜, 내 이름을 적었다. 그땐 알았을까.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계절을 지나치며 살아갈지.
첫 서울. 성신여대 입구역, 혜화 마로니에 공원, 환승역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홍대입구역 8번 출구. 가장 많이 탔던 2호선과 4호선.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배차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이어폰만 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꿈을 그리던 때였으니까. 어딜 가나 즐거웠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색을 칠할 때쯤 내 음악이 큰 사랑을 받았고 혹여나 내가 꿈꾸던 것들이 사라질까 더 꼼꼼하게 여러 가지 색으로 채워 넣었다. 그러다 질려버렸다. 내가 사랑했던 서울이 맞나 싶었다. 더 이상 무언갈 채워 넣을 자신이 없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시간 지나 다시 펼쳐 본 서울은 내가 지나쳐온 모든 감정들을 고스란히 남긴 채 그 자리 그대로 있었다. 나는 서울의 모습을 다시 한번 다듬어 보려 한다. 그리고 또박또박 날짜와 내 이름을 적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 꿈의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꿈을 꾸고 있는 그대들에게 그려질 또 다른 서울. 볼빨간사춘기의 서울.
1. Love story
러브스토리. 이름만 들어도 달콤함이 뚝뚝 흘러내릴 것 같은 제목이다. 사랑 이야기를 쓸 땐 주로 있을 법한 이야기에 현실성 없는 영화나 드라마적인 요소를 한 스푼 넣는 재미가 있는데 이 곡이 그렇다. ‘첫사랑’이라는 아련하고 애틋한 소재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더 로맨틱하고 설레는 사랑 이야기로 발전했다. 첫사랑인 두 사람이 ‘생일’이라는 특정한 날을 두고 남몰래 도망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눈이 맞아 사랑에 빠지게 되고, 사랑에 빠진 그들의 그림자가 오랜 잔상으로 남겨진 채 서로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을 그리며 마무리를 지었다. 사실 ‘이 모든 게 다 꿈이었다.’라고 나름 재치 있는 결말을 지으려다 사랑 이야기에 맞게 해피엔딩으로 끝맺음 해도 아쉽지 않을 것 같아 중간중간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로만 써넣었다. 이 노래를 듣고 난 여러분의 느낌은 어떨지 궁금하다. 마음속에 약간의 간질간질한 설렘이 느껴진다면 이건 더 완벽한 러브스토리다.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하이틴 팝 스타일의 모던록 곡으로 일렉기타의 청량한 리프로 시작되는 인트로와 심플하고 묵직한 드럼 비트, 그 위에 올려진 산뜻한 멜로디 라인이 곡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2. Seoul
우리가 꿈꾸던 서울. 갓 스무 살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음악에 관련된 과를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에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때 우리는 각자의 음악을 사랑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각자의 꿈을 그렸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홍대’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버스킹’을 볼 수 있어서. 그들이 노래하고 연주하는 걸 보면 마음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그뿐이 아니었다. 라이브 홀에 가서 칵테일 하나를 시켜놓고 몇 시간 동안 앉아 공연을 보는 일은 더욱 나를 자극시켰다. 나는 유독 이 도시에 대한 집착이 강했는데 알고 보면 그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는 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가 사랑했던 서울은 나를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우리가 그렸던 예전의 그곳은 아니지만 여전히 이곳은 서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각자의 꿈들이 머물러 있는 곳. 그곳에서 우린 다시 만나기로 했다. 우리가 만난 서울에서.
미디엄 템포에 플럭 신스와 뮤트 기타로 시작되는 분위기는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조합이다. 베이스 기타의 8비트 연주와 일렉기타의 펑키 한 리듬 조합이 만들어내는 후렴구의 시원한 사운드가 봄과 초여름의 설렘을 느끼기에 좋은 곡이다.
3. 아름다운 건
우리 존재를 아름답게 하는 건 뭘까. 사랑이 아닐까.
한편의 동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곡이다. 토이 피아노와 신스 기타의 반복되는 리프로 곡을 전체적으로 이끌어가며 미니멀한 편곡 구성에 간주의 어쿠스틱 기타 솔로가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4. In the mirror
한동안 거울을 보지 않았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였다. 손을 씻는데 우연찮게 거울을 봤다. 갑자기 서러워졌다. 꼴이 이게 뭐냐고, 왜 이렇게 된 거냐고 소리치고 싶었다. 반대편의 또 다른 내가 있다면 이 모습은 내가 아니라 거울 속의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나를 마주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애써 외면했는 지도 모른다. 이 짓을 반복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배운 대로 내가 나에게 끊임없이 물어보고 또 물어봤다. 내가 시작했으니 내가 끝맺어야 했다. 감정들을 꾸역꾸역 삼키다 보니 이지경까지 온 것 같았다. 거울 속의 나를 이제 그만 보내줘야 했다. 이제 내가 여기 있을 테니 너는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줘야 했다. 지금도 가끔씩 희미해진 거울 속 내가 떠오르지만 이겨내야 한다. 나를 지켜내야 한다.
어두운 톤의 피아노로 곡이 시작되며 드럼비트와 어쿠스틱 피아노의 조합이 전반부의 시크한 분위를 연출한다. 후렴구에 터지는 디스토션 기타와 보틀넥 주법으로 깔리는 하이노트의 일렉기타가 전반부와 대비되어 Deep 한 분위기를 이끌어내고, 메인보컬과 다운 옥타브 유니즌 코러스로 불러낸 'girl in the mirror'라는 가사가 중독성 있게 다가온다.
5. 별
눈을 감고 뜨기가 어려운 때가 있었다. 눈을 감으면 오늘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고 눈을 뜨면 또다시 괴로움의 시작이었다. 그날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애써 두 손에 꼭 쥐고 있어봤자 아무 쓸모가 없어 보였다. 꽤 괜찮은 삶이었다고 생각했다. 오랜 시간을 지나쳐 온 별이 지금에서야 빛나는 것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 한 번쯤 내가 빛났던 순간들을 기억해 준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
가끔씩 지치면 한강으로 도망쳤다. 핸드폰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끝없이 걸었다. 도망치듯 나온 탓에 슬리퍼를 신은 발이 욱신거릴 정도로 오래 걸었다. 자꾸만 마음이 아파 이따금씩 숨이 찼다. 이 곡은 그 시기에 썼다. 그땐 누군가에게 곡을 들려준다기보다는 그냥 썼다. 일상생활 중 하나로 별 의미 없이 한 달에 한두 곡씩. 단순히 ‘그냥 재미로’ 이 말이 딱 맞겠다. 곡을 쓰는 게 편해야 했다. 불안에 떨던 예전처럼 돌아가면 안 되는 거였다. 거기서 이어진 것이 작년 말에 냈던 싱글이었고 나는 방향을 틀어 누군가에게 들려줄 곡을 쓰기 시작했다.
별은 그냥 별일뿐이다. 존재만으로 빛나는 게 별이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뭔가 대단한 희망을 줄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곁에 있어 줄 자신은 있다. 이 노래가 당신의 지친 마음을 헤아려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볼빨간사춘기의 음악 중 흔치 않은 6/8박자의 리듬감 있는 발라드곡이다. 나일론 기타의 따뜻하면서도 감성적인 연주로 편곡되었으며 감성적인 가사와 보컬 톤이 마음에 와닿는다.
[CREDIT]
1. Love story
Lyrics by 안지영
Composed by 안지영, 바닐라맨
Arranged by 바닐라맨
E. Guitar by 이승엽
A. Guitar by 바닐라맨
Bass by 최훈
Chorus by 안지영
Recorded by 바닐라맨 @Vanilla Studio
Mixed by 김현곤 @doobdoob Studio
Mastered by 권남우 @821 Sound
2. Seoul
Lyrics by 안지영
Composed by 안지영, 바닐라맨
Arranged by 바닐라맨
E. Guitar by 이승엽
A. Guitar by 바닐라맨
Bass by 최훈
Chorus by 안지영
Recorded by 바닐라맨 @Vanilla Studio
Mixed by 김현곤 @doobdoob Studio
Mastered by 권남우 @821 Sound
3. 아름다운 건 (What make us beautiful)
Lyrics by 안지영
Composed by 안지영, 바닐라맨
Arranged by 바닐라맨
Guitar by 이승엽
Chorus by 안지영
Recorded by 바닐라맨 @Vanilla Studio
Mixed by 김현곤 @doobdoob Studio
Mastered by 권남우 @821 Sound
4. In the mirror
Lyrics by 안지영
Composed by 안지영, 바닐라맨
Arranged by 바닐라맨
E. Guitar by 이승엽
A. Guitar by 바닐라맨
Chorus by 안지영
Recorded by 바닐라맨 @Vanilla Studio
Mixed by 토래비 @Vanilla Studio
Mastered by 권남우 @821 Sound
5. 별 (Star)
Lyrics by 안지영
Composed by 안지영, 바닐라맨
Arranged by 바닐라맨
Guitar by 정재필
Bass by 최훈
Chorus by 안지영
Recorded by 바닐라맨 @Vanilla Studio
Mixed by 김현곤 @doobdoob Studio
Mastered by 권남우 @821 Sound
- All Credit -
Executive Producer 신태권 for SHOFAR ENT.
Producer 안지영, 바닐라맨
Recorded by 바닐라맨 @Vanilla Studio
Mixed by 김현곤 @Doobdoob Studio, 토래비 @Vanilla Studio
Mastered by 권남우 @821 Sound
Guitar by 이승엽, 바닐라맨, 정재필
Bass by 최훈
Chorus by 안지영
Production A&R 김민구
Management 전상혁, 홍석윤
Marketing 김지민, 장예윤
Accounting 박재명
Hair 이명진 @ADido
Make-up 이승연 @ALUU
Styling 한민영, 명선미
M/V YUA @FLIPEVIL
Art Film 이세호 @Rios
Video 이한솔
Design Arrangement 이혜지
Photography 송시영
Album Design&Artwork 스튜디오 온실
Cover Design 이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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