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린 [IT’S ME]
효린은 가요계에서 독특한 위치에 놓여 있다. 7년간 아이돌 보컬 원탑의 위치를 지키면서도 홀로 무대에 오르면 능숙하게도 진한 감정을 쏟아낸다. 허스키한 보이스 컬러도 개성 있고 중저음부터 고음까지 자유롭게 넘나든다.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흔들림 없이 가창력을 뽑아내는 안정감은 독보적이다.
솔로 가수로 3년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은 '잇츠 미'(IT’S ME)란 타이틀을 붙일 만큼 자신의 컬러를 고스란히 담았다. 국내외 히트 메이커들과 교류하면서도 하나하나 자신의 색을 덧입히는 등 프로듀싱에 적극 참여한 음반이다. 편견과 장르의 장벽을 허물었다는 건 이번 앨범의 성과로, 다양한 시도를 들려주며 한 장르에만 갇히지 않는다. 대부분의 노래에서 효린은 핵심을 강조하고 그 밖의 구간은 직선적인 가창이나 기교를 최소화한다. 정직하게 진행된 멜로디나 편곡이 여러 블랙뮤직의 틀과 닮아있음에도 분명한 색을 드러낸 음악이다.
새 음반의 특징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여러 시대의 블랙뮤직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특히 알앤비, 힙합, 팝, 일렉트로닉 등 장르의 시도로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내면서도 음악이 뒤섞이는 경계에서 균형을 고루 잡아간다. 근사한 사운드 아래 선율의 힘은 강해졌고 효린 특유의 정서는 더욱 짙어졌다.
타이틀곡 ‘파라다이스’는 당당하게 자신감있는 자세로 사랑을 쟁취하는 여성상을 그린 알앤비 펑키 장르의 곡으로, 그루브한 비트에 능숙하게 멜로디를 타는 효린의 표현력이 돋보이는 노래다. 히트 프로듀서 박근태, 최진석이 작곡을 맡았고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감각있는 노랫말을 붙였다. 특히 보컬을 근간으로 한 랩 싱잉을 통해 자연스럽고 우아한 흐름도 만들어낸 도입부도 인상적이다. 민첩하게 움직이는 보컬의 그루브가 유려하다.
앞서 효린은 도끼 피처링의 선공개 신곡 '러브 라이크 디스'(LOVE LIKE THIS)와 박재범과 함께 한 두 번째 선공개곡 '원 스텝'(ONE STEP)'을 통해 발매와 동시에 음원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성공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밀고 당기는 비트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편곡, 감미로운 음색의 조화를 동시에 전달한 이 곡들은 본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장르이자, 솔로 아티스트 효린의 새 출발을 대표하는 곡이기도 하다. 그저 고음이나 테크닉에 집중한 것이 아닌, 감정과 표현력을 강조한 트랙 구성이 주효했다.
박재범과 함께 한 ‘원 스텝’에서는 티 없이 맑은 멜로디로 90년대 알앤비를 재현했고, 고혹적인 느낌을 강조한 ‘슬로우’에선 효린이 작사, 작곡에 참여해 사랑에 빠진 남녀의 감정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이번 앨범의 가장 화려한 프로듀서 라인업을 가진 곡 ‘꺼져’도 효린의 다재다능함을 엿볼 수 있는 한 사례다. 강렬한 주제 만큼이나 인상적인 힙합 알앤비 곡으로 해외 유명 프로듀서 Deekei, Bibi Bourelly 등이 참여했다.
짜임새 있는 구조와 사운드, 특별한 음색으로 효린에 밀착한 새 음반이 만들어졌다. 이미 블랙뮤직 장르를 들려주는데 있어 탁월한 곡 소화력을 보여준 효린이 다시 마이크를 고쳐 잡았다. 이제 겹겹이 쌓아온 실력을 보여줄 차례, 그가 전천후 아티스트로의 도약을 다시 꿈꾼다. 이렇게 솔로 디바 효린의 커리어가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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